성년의 날 상수굴

출근길에 여기저기 장미꽃송이 들이 나풀거리길레 불길한 기운을 느꼈는데
아니나 다를까 성년의 날이라더라

이것이 왜 불길한 기운인가 하면
성년의 날에 준다는 세개의 선물 때문인데

장미는 뭐 그래 누구에게나 줄 수 있다. 향수도 뭐 조금 친하다면 선물로 줄 수 있겠지
하지만 키스는 아니잖아. 아직 그런 시대는 아니잖아. 그러면 좋겠지만 아니잖아.
성년의 날 풀세트는 커플이어야만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잖아.
근데 난 커플이 아니잖아. 근데 커플의 세계를 동경의 눈빛으로 보고있잖아.

그래서 불길한 기운을 느꼈지 싶다.
성년의 날이라지만 사실 커플의 날인 것이다.
운이 좋다면 여기저기서 던져주는 장미 한송이 덜렁덜렁 받을 수 있겠지만
커플이어야만 완벽한 하루가 되는 바로 그러한 날.
달달한 저녁 식사 후 이어지는 그 완벽하고 뜨거운 ...

돌이켜보면 십년 전 나는 학생회장이 던져주는 장미꽃 한송이를 받았으며 (학생회장 남자)
같은과 왕누님이 위니더푸 캐릭터가 올라타있는 초코렛을 주기도 했다. (내가 사모했던 왕누님)(이건 좀 좋았지)

상술의 망령에 놀아난 어린영혼들이 가득한 덕에 나는
하루 종일 너풀대는 장미들을 거슬려해야했다.
별 생각 없이 동커와 청계천을 두시간 남짓 걸었는데 그곳에도
쌍쌍바들이 그득그득했다. 근데 동커는 여친이 있잖아. 근데 난 없잖아.

여친이 없는데 내 눈알엔 커플들만 보여. 세상에 나 빼고 다 사랑이 그득그득 한 것 같아.
심지어 최근에 만나는 사람 다 커플이야. 이건 재앙이야.

여친이 없다고 떼쓰는게 아니라 성년의 날에 대한 오늘 나의 감상이 그러하다는 거다.
이건 분명히 하고 싶네. 불볕더위에 녹지도 않는 지독한 쌍쌍바들 같으니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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